CURRENT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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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LIFES
잭슨홍
Designer
2023. 09.06 ~ 2023. 10. 07
잭슨홍의 작업은 아이러니하다. 기이하고 으스스할 뿐 아니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불안한 느낌을 준다. 《Burn Baby Burn》(일우스페이스, 2021), 《BRUTAL》(갤러리도큐먼트, 2021), 《필살기》(취미가, 2019) 와 같은 최근 개인전 제목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듯, 전시 공간은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것 같은 난장판, 공격과 방어, 개전과 휴전 혹은 종전, 생존 또는 종말, 멸망과 관련된 사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4차원으로 텔레포트 한 것 같은 초현실적 상황. 만약 이 사물들이 인체 공학, 마케팅, 브랜드 개발에 관한 디자인 해결책을 만들어 내고 실행하는 일, 기업과 소비자의 상호이익을 최적화하는 목적을 수행하는 일로 기획되어 나의 삶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순간, 으스스해진다. 으스스한 것은 우리를 현재의 가치들에서 해방시킨다. 그래서 전시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일상의 한계에서 탈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
작가는 열세 번째 개인전《Still Lifes》에서 고요함을 통해 현실 탈출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물론 이전 전시도 고요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고요는 소란스러운 상황을 의도적으로 정지시켜 놓은 연극적 상태였다. 전시 제목의 Still Life는 주지하듯 16,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전성기에 도달한 장르, 정물을 의미한다. 네덜란드어 Stilleven 에서 유래한 Still Life. 특히 네덜란드에서 그려진 정물화를 바니타스 (Vanitas)라고 일컫는데, ‘공허한’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형용사 바누스 (vanus)가 그 어원이다. 바니타스는 세속적인 물건, 일시적인 것을 추구하는 욕망이 얼마나 헛되고 덧없는가에 대한 도덕적 메시지를 담은 그림이었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경구와 함께 바니타스는 필멸의 존재인 인간의 숙명을 받아들이라는 교훈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조새미 미술평론가 <잭슨홍의 비논리적 수수께끼>중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