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천재미쓰앵
민경영
illustrator
2021. 07. 07 ~ 2021. 07. 24
어린 시절의 나는 지독한 편식쟁이였다. 콩은 단단한 듯 단단하지도 않은 게 씹으면 입안에 퍼지는 퍼석한 느낌이 싫었다. 당근은 딱딱한 게 향이 싫었다. 가지와 호박은 번들거리는 게 물컹해서 싫었다. 나물은 씹을수록 입안에서 부피가 불어나는 게 흙 맛이 났다. 내 사랑 고기인 줄 알고 씹었던 버섯, 그 버섯에서 배신감이라는 감정을 배웠다.
‘아이들에게 요리해 주는 그런 엄마가 된 거야?’ 하고 누군가 내게 물었다. ‘사 먹는 음식도 배달 음식도 싫어. 그래서 (사실은 어쩔 수 없이) 멸치 다시마 육수도 우리고 양념장도 만들어 요리하지’라고 대답한다. 나의 말을 들은 그가 말한다. ‘와 진짜 의외다. 민경영이가 요리를 하다니’
매일 채소를 씻고 다듬어 요리한다. 어울리는 식감과 색을 생각하고, 혹시 모를 음식 궁합도 알아보고, 어울리는 간을 상상하며 음식을 만든다. 요리를 배운 적도 없고 식도락을 즐기는 편도 아니다. 나를 위해서면 절대 하지 않았을 요리를 나의 아이들을 위해 한다. 요리에 관심이 없는, 지독한 편식쟁이가 기를 쓰고 싫어했던 식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든다.
저녁 메뉴는 오징어 굴 소스 볶음. 오전 외출에 입었던 롱드레스를 미처 바꿔입을 틈도 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마늘을 까고 오징어를 손질한다. 문득 ‘의외네 민경영!’하던 그 말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난다. 아니 나도 내가 드레스를 뻗쳐 입고 양파랑 마늘을 볶고 있을 줄 몰랐다고. 그런데 인생이 뭐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요리천재 미쓰앵이 되어 버렸다. 오늘 여기 요리천재 미쓰앵, 머리를 조아리며 이 땅의 온갖 채소 님들께 경배를 올린다.
요리천재 미쓰앵의 개똥철학: 골고루 먹으면 과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