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EXHIBITION
초거대 녹색지대(HYPER GREEN ZONE)
송승준
Designer
2025. 04.09 ~ 2025. 04. 19
《초거대 녹색지대(HYPER GREEN ZONE)》
팬데믹 이후 우리는 인류가 조성한 지구 생태계의 균열이 재앙으로 다시 돌아온 상황을 목격하며 인간이 결코 자연과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과 분리된 자연은 오늘날 이상적 자연의 원형으로 환상화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인간이 사라진 자연을 이상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한국 비무장지대(DMZ), 체르노빌(CEZ), 후쿠시마(FEZ)에 이르는 현대의 무인지대(No man’s land)는 전쟁 무기와 방사능과 같은 폭력적 객체들이 서식하는 위험 구역으로 그 이상적 자연이 폭력에 의해 성취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초거대 녹색지대 (HYPER GREEN ZONE)》는 위협적인 녹색지대에 고립된 인류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시대를 통해, 현대의 무인지대에서 통찰한 자연 개념의 섬뜩함과 모순적 이면을 극적으로 연출한다. 전시는 해당 시대에서 발견된 7가지의 상상적 사물들을 역사박물관의 형식으로 소개하며, 각각의 사물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시대의 비극적 단면들을 기록한다. 녹색의 의미가 위협과 공포로 전복된 ‘초거대 녹색지대’의 세계관은 이상적 자연으로 상징되는 손 닿지 않은 자연에 의한 아포칼립스로 관람객들을 초대하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이원론에 대한 해체와 이상적 자연에 대한 재정의를 호소한다.
「…2100년, 인류의 근시안적인 생태 파괴가 자체적인 조절 기능을 상실한 채 가속화되며 지구 곳곳에는 각종 바이러스와 미상의 변이 생명체가 점거한 무인지대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통제 불능의 폭력성이 정복한 이 섬뜩한 미지의 영역에 초목은 푸르른 자취를 남기며 무심한 등장을 반복했다. 대지의 녹색화는 전염병처럼 삽시간에 인간의 영역을 집어삼켰고, 무성한 식물에 거칠게 뒤덮인 무인지대는 사나운 숨을 몰아쉬며 인류의 접근을 경고했다. 고요한 녹색 풍경은 인간을 위협하는 불가사의한 존재를 예고할 뿐, 그곳에서 더 이상 과거의 한적한 정취는 느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인류는 자신들이 동경했던 아름다운 자연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인간의 무자비한 행적에 신이 내린 엄벌임이 분명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