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pe of Color_Cranbrook


김상훈, 김재용, 김선희, 박수형, 잭슨홍, 한정현 
Furniture designer
Sculptor
Light artist
Painter
3D designer
Furniture des
igner




2022. 06. 07 ~ 2022. 07. 02

상호작용의 요람 _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Cradle of Interactions _ Cranbrook Academy of Art

 

 

2022년 6월, 서울 종로구 가회동 크래프트온더힐 갤러리에서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Cranbrook Academy of Art, CAA)를 졸업한 여섯 명의 작가가 모여 전시를 연다. 이들 중 네 명은 3D 디자인을, 한 명은 세라믹을, 또 다른 한 명은 페인팅을 전공했다.

CAA는 미국 미시건주 블룸필드 힐스(Bloomfield Hills, MI)에 있다. 이 학교는 지역의 언론 부호였던 조지 고프 부스(George Gough Booths, 1864-1949)가 1904년 학교 용지를 매입하고, 1920년대 중반 핀란드 건축가 엘리엘 사리넨(Eliel Saarinen, 1873-1950)에게 크랜브룩 교육 공동체 건립 프로젝트를 의뢰하면서 시작되었다. 유명 건축가였던 사리넨은 1932년부터 1950년까지 CAA의 건축 및 도시 디자인과 교수도 역임했는데, 이렇듯 교육 프로그램 디자인까지 맡게 되면서 CAA가 20세기 중반 미국 모더니즘 미술과 디자인의 요람이라는 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CAA는 사리넨으로 대표되는 북유럽 모더니즘과 더불어 영국의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으로부터 시작된 미국 미술공예운동(American Arts and Crafts)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 20세기 중반, 기술의 발달과 수요의 증가로 제조업과 산업디자인은 일상에서 지속되는 가치와 아름다움의 중요성에 천착하는 경향이 발달했으며. 이는 CAA의 교육 이념과도 상호 영향이 있었다.

이러한 CAA가 다른 아트 스쿨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상대적으로 더 자율적인 예술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CAA는 적어도 이 전시에 참여하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독립적인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토양을 제공했다. 이들에게 순수미술, 디자인, 공예와 같은 고전적 예술 장르가 요구하는 정체성 문제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들은 규범 사이의 행간을 자신만의 속도로 걸었다. 그리고 이들의 장르 교차적 실험의 걸음걸음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 다른 이들도 그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와 작품의 면모를 좀 더 살펴보자.

 

 

김재용(Ceramics ’01)은 형형색색의 ‘도넛’ 형태의 세라믹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그는 세라믹을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매체 중의 하나로 이해하고 있으며, ‘도넛’이 반드시 세라믹으로 제작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의 ‘도넛’은 스테인리스 스틸일 수도, 플라스틱일 수도, 또는 애드벌룬으로 만들어져 하늘 높이 띄워질 수도 있다. 그래서 김재용의 작업이 공예인가? 미술인가?’ 하는 장르 특정적 규범과 관련된 질문은 큰 의미가 없다. 대신 그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지점은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함축적, 상징적으로 시각화하는가의 문제이다. 사실 ‘도넛’은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이자 기호이다. ‘도넛’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보고 싶은 자신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도넛.’ 2007년 처음 시작된 도넛 시리즈는 15년이 지난 지금, 마치 더 많은 부와 권력을, 더 아름다워지기를, 더 오래 살기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하듯 점점 더 화려해지고 있다.

 

김상훈(3D Design ’09)은 가장 전형적이며 보편적인 소파의 형태 위에 추상표현주의 회화를 그리는 것처럼 가구와 회화 사이에서 유희를 펼쳐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그림과 가구, 조각 사이를 거리낌 없이 유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계획되지 않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마치 점토를 주무르거나 그림을 그리듯 자유롭게 디자인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가구인가 조각인가 회화인가의 논쟁은 그 자체로 작가에게 놀이의 대상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CAA의 전통을 기념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CAA의 교수를 역임했으며, 전후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미국 산업디자인의 혁신과 황금기를 이끌었던 찰스 임스(Charles Eames, 1907-1978)와 레이 임스(Ray Eames, 1912-1988) 부부의 작품을 재해석했다. 임스 부부는 실용적이며 대량생산이 가능하면서도 미적으로 우수한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합판을 성형한 가구인 LCW (Lounge Chair Wood)와 유리 섬유 가공기법을 적용한 DAR (Dining Armchair Rod) 시리즈는 20세기 중반 가구디자인의 산업화에 기념비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김상훈은 자신의 주재료인 폴리우레탄을 물감처럼 또는 구조 보강재로 적용하여, CAA와 임스의 전통이 현재에 이어지고 있음을 기념한다. 그는 20세기 중반 합리성과 이성에 기반을 둔 임스 부부의 결과물 표면에 2022년 직관적 행위와 시간을 올리는 실험을 단행했다.

 

써니킴(3D Design ’19)은 대표적인 입력의 매체를 빛으로, 출력의 매체를 종이로 상정하고, 비물질적인 빛과 물질적인 종이라는 매체 사이의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작가는 산란, 확장, 반사와 같은 빛의 특성, 그리고 매체로서의 종이의 특성을 극대화하는 디자인 전략을 구사한다. 작가는 형태를 구축하기 위해 종이에 구멍을 뚫어 패턴을 생성시키는, 홈을 내거나 하는 적극적인 가공의 과정을 피했다. 대신 작가는 종이 자체의 물성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종이의 목소리를 듣고자 귀를 기울였다. 최대한 공장에서 생산되어 주어진 종이 그대로에 말기, 겹치기, 접기와 같은 소극적인 수준의 물리적 스트레스만을 부여하고 이를 섬세하고 우아하게 배치했다. 이에 빛을 더하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조형물이 탄생했다.

 

박수형(Painting ’16)은 사람을 그리는 화가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초상화는 아니다. 박수형은 군중을 그리는데, 그 군중을 식물로 치환했다. 그래서 작가의 그림은 얼핏 풍경처럼 보이지만 전통적인 풍경화와는 다른 맥락에 위치한다. 그의 군중은 가면을 바꿔 쓰는 것처럼 때로는 잔디로, 사군자로, 잡초로 모습을 달리한다. 고층 유리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은빛의 풀로 표현되고, 자본주의의 심장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달러를 인쇄하는 데 사용되는 초록색 풀로 표현된다. 또한 박수형의 그림은 암실에서 현상된 필름을 불빛에 비추어 바라보았던 경험도 연상시킨다. 그의 그림 속의 풀잎은 빛과 그림자가 역전된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의 실체를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 형상을 유추할 수 있지만 어떤 색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그 공간. 작가는 풀잎 형상으로 그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군중이 숨 쉬고 있음을 알린다.

 

한정현(3D Design ’01)은 이야기가 있는, 나아가 시적 언어가 투영된 가구를 디자인해왔다. “문화에 대한 상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는 최근까지 나무를 주재료로 장인과의 협업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2018년 처음 시도했던 <모던 아날로그 Modern Analogue>는 작가의 할머니가 사용했던 싱어(Singer) 재봉틀을 책상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였다. 주로 여성 노동의 도구였던 재봉틀을 중성적인 데스크로 바꾼 작업은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변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언오디너리 시리즈 Unordinary Series>는 <모던 아날로그>의 연장선에 있다. 작가는 할머니가 소장했다 어머니에게,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자신의 물건이 된 접이식 소형 화장대를 분해해 새로운 가구로 재탄생시켰다. 분해하기 전 화장대는 경첩으로 연결되어 좌우로 열리며, 일곱 개의 서랍이 있는 목가구였다. 외부는 행복의 상징으로 여기는 박쥐문 황동 장석과 사군자 그림이 투각 된 타원형, 직사각형, 원형의 옥판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작가는 이렇듯 내밀한 안방에서 여성을 위해 사용되던 가구를 분해해 공용 공간에서 사용될 수 있는 가구 4점으로 변모시켰다. 한 부분은 현관과 같은 가족 구성원을 환대하는 공간에서 열쇠 등을 올려놓을 수 있는 독립적인 스탠딩 가구가 되었고, 다른 한 부분은 향을 꽂아 놓을 수 있는 황동 장치가 있는 스탠딩 가구가 되었다. 작가는 이 평범하지 않은 가구가 가족 구성원 모두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사물이 되기를 바랐는지도, 나아가 갑자기 돌아가셨던 어머니를 추모하는, 디자이너로서의 나름의 리추얼이 필요했는지도, 가족 구성원 모두의 사랑을 받는, 나아가 가족의 일원처럼 여겨질 수 있는 사물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잭슨홍(3D Design ’02)은 건축, 사물, 그리고 공간 경험 사이에 있는 상상의 시스템을 시각화한다. 비평적 디자인의 흐름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 온 그는 “디자인을 미술계에서”라는 방법론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는 인터렉티브 조형물로 구성된 설치 작업을 주로 선보여 왔다. 예를 들어 2021년 개인전 《브루털 Brutal》에서 보여준 일련의 공간 구성의 요소들은 산업재인 철판으로 일상의 사물을 재구성해 빨강, 파랑, 노랑을 기본으로 파우더 페인트로 표면처리를 한 사물들이었다. 이 기이한 사물은 산업적 장인정신과 완벽한 기술을 철저하게 요구하는 제작과정을 통해 탄생했는데, 그 기계적 사물들을 다시 화이트 큐브에 완벽하게 배치한 결과 컬트영화를 찍기 위한 세트와 같은 연극적 공간을 창조할 수 있었다. 인간을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다면 그 인간에게 필요한 사물의 시스템이 이와 같을까?

작가는 이번 전시에 2019년 개인전 《필살기》에서 선보였던 설치 작업의 모형을 벽에 걸어 전시한다. 《필살기》에서 작가는 예상치 못한 폭발 사고의 현장과 같은 상황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했다. 폭발 자체는 비극적일 수 있지만 작가의 의도는 다분히 희극적이었다. 불확정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무대였던 이 작업의 모형은 벽을 바닥 삼아 걸려 있는데, 중력을 무시한 채로 걸려있기에 수년 전 《필살기》의 상황이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외에도 음식이나 이물질로 인하여 기도가 폐쇄, 질식할 위험이 있을 때 흉부에 강한 압력을 주어 토해내게 하는 응급처치법인 하임리히법 (Heimlich Maneuver)을 혼자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그래서 상황을 변환하여 도구로 디자인한 작업과 1979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나라인 남아프리카의 로지디아 공화국 (Rhodesia)의 휘장을 재현한 작품에서도 엄격한 질서와 규범 속에 피어나는 냉소적인 웃음을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이들 여섯 작가의 작품은 보수적인 장르적 규범에서 자유롭다. 물론 그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치렀어야 했을 대가는 적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이들의 작업은 상대적이라는 특성을 획득했다. 옆에 어떤 색이 놓이는가에 따라 어떤 색이 진하게도 또는 연하게도 보이듯, 시간을 두고 바라보았을 때 보색의 잔상을 보듯, 이들 작가의 작업은 어떤 맥락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다면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미덕을 확보한 것이다. 이러한 강한 상대성은 CAA라는 장소가 젊은 예술가에게 줄 수 있었던 최고의 선물이었다.

 

 

조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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