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칸, 칸
김수진, 신우철, 양진희
Metal Artist
Furniture designer
Furniture designer
2024. 11.27 ~ 2024. 12. 14
김수진, 신우철, 양진희는 각자의 상자를 통해 오브제를 창조한다. 작가는 자신의 언어를 세상에 내놓기 위한 창조적 기반을 네모난 ‘칸’에서 찾는다. 이 네모난 칸은 나무, 철판 등의 소재로 나타나기도 하며 액자의 형식을 빌려 오기도 한다. 이들은 조각, 가구, 장신구의 방식을 차용하여 ‘칸’으로부터 기능적 오브제를 탄생시킨다. 세 작가의 오브제는 공간의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약간의 이질감을 통한 변주를 바탕으로 공간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탄생한다. 네모 반듯하게 구성된 공간에 미묘한 균열을 내어 스스로의 이야기를 점차 스미듯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3인의 작가는 개인적 경험, 추억, 혹은 자연의 형상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을 창조하며 이를 각자가 가진 기술을 통해 나타낸다. 이들의 작업적 기반은 온전히 스스로에게 있으며 창조적 주체 또한 자신인 것이다.
세 작가는 ‘칸’을 ‘Tofu’기호를 통해 나타낸다. 이는 글자나 특수문자가 표시될 때 나타낼 수 있는 글꼴이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오류 기호’이다. 하지만 네모난 상자에 엑스가 그려진 이 기호는, 자신이 이곳에 존재함을 명확히 밝히며 자리를 차지한다. 세 명의 작가가 작업을 보이는 방식도 그러하다. 공예적이면서도 미술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이들의 작업을 어느 한 쪽 영역으로 치부하기에 알맞은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하나의 언어로 읽히지 않는 저마다의 개성이 해당 기호와 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까닭에 세 작가의 작업은 ‘Tofu 기호’로 여겨질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오브제는 오류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 공간속에 실존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저마다의 색과 개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Tofu’기호 속 X는 ‘틀림’이 아닌 ‘존재’의 확실한 표시임을 강조하며 세 작가의 연결점을 한 곳으로 모으는 표식이다. 김수진, 신우철, 양진희 3인은 각자의 이야기를 ‘칸’을 통해 세상에 확고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2022년 《objet, objet, objet》전시로 첫 단체전을 시작하며 팀을 이루었다. 첫 전시를 통해 세 작가의 오브제가 기능적 요소를 가지고 우리의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면, 크래프트 온 더 힐에서 시작되는 《칸, 칸, 칸》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는 언어로는 읽히지 않는 서로가 가진 고유한 메세지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언젠가는 이들의 ‘칸’이 정의되어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들의 의미는 존재하는 어떤 언어보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실존한다.
글 허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