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된 시간
정나영
Artist
2024. 03.20 ~ 2024. 04. 20
정나영의 작업에서 퍼포먼스는 사물이 아닌 사건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 언제나 적극적인 사건의 원인 제공자였다. 퍼포먼스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행위자와 관객이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 모여 함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작가와 관객 사이의 협상과 교섭에 따라 진행되고 때로는 중단될 수도 있다. 이렇듯 공동의 합의를 통해 창조된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의 본질 또한 상호작용이다. 정나영 개인전 《소유된 시간》은 작가가 작업을 통해 어떻게 시간을 소유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가 관람객에게 어떤 시간적 경험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작가와 관람객의 시간이 작업 안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지를 논하는 것이다.
작가는 퍼포먼스를 ‘자신에 관한 것’이라 명명했지만, 사실 이 퍼포먼스는 ‘관계’에 관한 것이다. 위치, 속도, 에너지, 그리고 관객이라는 관찰자가 상호작용하는 관계론적 해석만이 이 퍼포먼스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퍼포먼스는 초현실적 경험이다. 작가의 시간은 예술이란 무엇인지, 공예란 무엇인지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어떤 식으로든 포기하게 할 것이다. 고전 미학, 예술학을 통해 알게 된 공예과 예술의 일반적인 조건과 작가의 ‘사건’이 모순된다는 것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질문할 것이다. 작가는 이 퍼포먼스에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시간이 무엇인지에 관한 일반적인 예측도 통용되지 않음을 안타까워하지 말라 위로한다.
대신, 작가는 참여자에게 인지할 수 있는 것만 기술하고, 관찰할 수 있는 것에만 근거해 설명해 보라 요구한다. 그리고 이 실험 뒤에 실재 세계의 불확정적인 상호작용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무엇이 변수였는지 내부로 걸어 들어가 살피기를 청한다. 무엇이 존재하는가? 추상적인 설명만이 있다. 결국 이 기획은 관찰자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실험이며, 상대적인 미스터리로 남는 것이 예정되어 있다.
Text. 조새미 @saemi.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