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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록 다록


이종원
Furniture Designer




2023. 10.11 ~ 2023. 10. 28

계획하고, 깎고, 갈아내고, 칠하는 모든 과정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길 원하는 성향 때문에 갈라지고, 비틀어지는 원목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것은 정말 고된 일이었다. 그래서 변형되지 않는 재료를 찾아 마음껏 깎아보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고, 이러한 열망으로 찾게 된 소재가 바로 패럴램이다.

 

패럴램은 목조건축의 골조로 쓰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재료이기 때문에 갈라지고, 비틀어지는 점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직 가구로 사용되지 않았던 재료인 패럴램은 실제로 마주해보니 매우 무겁고 거칠며 요철이 많은 까다로운 소재였다. 

 

하지만 얼마든지 이를 개선하여 재해석하여 새로움을 제안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소재였다.. 특히 전혀 본 적이 없는 재료인데 친숙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인위적인 소재임에도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 의아했다. 이 의아함에 대한 이유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소재는 합판의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들을 높은 온도와 압력을 통해 압착 시켜 제조한다. 이런 원리는 옛날부터 우리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자연물에 흔히 적용되기 때문에  익숙하게 다가온 것이다. 이 원리를 공유하기 때문에 이 소재와 자연물이 보여주는 시각적 요소 또한 궤를 같이하고 있었다.

 

그래서 돌, 잎맥, 퇴적지형 등 관련이 있는 모티프들을 찾아다니며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고인돌을 이루는 거석을 통해 원시적 형태로 존재하는 다각형을 발견하였고, 돌에 낀 이끼를 통해 색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또한 굄돌과 널돌이 보며 고대인들도 분명 이런 구조적 영감을 자연에서 받아왔으리라 생각했다. 이러한 상상을 이어가다 보니 작업이 자연과 맞닿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의 산물은 올해 있었던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Primitive Structures 라는 주제의 작업으로 구현되었다. 그리고 재료에 대한 재해석, 지속가능성, 문화적 배경을 훌륭히 담아냈다는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는 개인전 <다록다록>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또한 자연은 늘 미지의 영역이므로 서로 맞닿아가는 과정은 여전한 궁금함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이 여정이 어떤 곳으로 도달할지 이번 전시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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