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생태보고서 누락종>은 인간의 접근이 70년 동안 제한되어온 한국 비무장지대(DMZ) 생태계를 통해서 자연이란 개념의 섬뜩한 기저 구조를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DMZ를 점거한 미확인 지뢰, 무장 감시초소, 화공 작전 그리고 철조망은 인간뿐만 아니라 DMZ에 서식하는 다른 생물종에게도 위협적일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오늘날 DMZ는 태백산맥과 함께 한반도의 핵심 생태 축이 될 수 있었을까. 평화로워 보이는 DMZ의 녹색 풍경은 사실 폭력적인 분단 역사에 적응한 풍경이다. DMZ의 서식 종들은 안정적으로 현재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 오히려 DMZ를 점거한 폭력적 객체들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인간이 부재한 자연을 천혜의 자연으로 환상 화하지만 DMZ의 생태계는 그 천혜의 자연이 어떻게 디자인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송승준은 이에 대응하여 DMZ 내의 폭력적 인프라와의 기묘한 공생과 진화를 이야기하는 8종의 상상 속 동식물을 소개한다. DMZ는 실재하는 공간이지만 그곳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동시에 허구적인 공간이다. DMZ가 허구로서만 실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DMZ의 폭력적인 실체를 경험하도록 허락한다. 8종의 DMZ 고유종은 송승준의 상상적인 시나리오에 창조된 것들에 지나지 않지만, 누구도 그들이 그곳에 실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아마도 그들은 오늘날 DMZ에 서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