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binotier
현광훈
Watch Maker
2017. 11. 14 ~ 12. 02
『캐비노티에의 어원은 '캐비넷에서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여기에서 캐비넷은 18~19세기 스위스 제네바의 건물 맨 꼭대기층을 가리킨다. 당시 시계 공방들은 빛이 잘 들어오는 건물 꼭대기층에 주로 입주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말은 작은 시계 공방을 가리키기는 단어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쿼츠 시계가 등장하고 대량생산되어 쏟아져나오는 시계들로 인해 많은 시계 공방과 시계제작자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계는 고도의 기술력이 응축된 '작품' 뿐인 상황이 되면서 캐비노티에는 시계 제작자, 그 중에서도 시계의 거의 모든 부품을 직접 제작하는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시계 장인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
10년 전쯤에 캐비노티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되었다.
독립 시계제작자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는데 시계에 들어가는 아주 작은 부품 하나하나를 직접 가공하고 조립하여 하나의 아름다운 시계를 완성해내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시계의 내부를 하나의 소우주라고 표현했는데, 카메라로 확대해서 속을 들여다본 시계 안에는 작은 톱니바퀴들이 유기적으로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 담겨있었고 정말 우주의 질서가 담겨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것들을 사람이 손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카메라 작품을 구상하던 중 시계 메커니즘과 결합된 핀홀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메커니즘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에 몇 년전 봤던 캐비노티에 다큐멘터리가 생각이 났고, 어쩌면 직접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시계제작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시계제작을 배울 곳도 없었고 자료도 도구도 기계도 거의 없었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2년 뒤 구상했던 Heartbeat I 이라는 핀홀카메라는 만들었지만 시계 제작 연구를 계속 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지금, 10년 전에 봤던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시계 장인과 나는 조금은 닮아 있었으며, 그들이 했던 이야기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이 만드는 것을 나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외롭고 즐겁게 해왔던 연구의 끝자락이며 캐비노티에로서의 첫 발걸음을 이 전시로 남기려 한다.
현광훈은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학사,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Something Factory(서울), Twinkle Twinkle(서울), '같은 공간에 앉아 있다.'(서울), 금속 공예가의 조명-"빛을 내는 사물", 인천, 근대의 시간을 달리다(인천), Munich Creative Business Week2017(독일) 등 단체전, YTN사이언스 <황금나침반> 젊은 장인들의 세계, LG 유플러스 화웨이 P9 CF 광고모델 등 TV 출연 등 많은 전시와 미디어 출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