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ss in summer
Jun. GK
Glass Design
2018. 07. 03 ~ 08. 31
작가는 단단한 유리 물질에 숨을 불어 넣어, 유기적 형사의 사물로 변형하는 유리 작업을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인다. 그는 현대미술에서 논리적으로 구조화하고, 이미 많은 예술 비평가들과 이론가들을 통해 이론적으로 해석된 현대미술의 이슈였던 조형의 기본요소인 점, 선, 면의 개념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였다. 1922년,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가 표현한 추상회화의 기하학적 구성은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기하학의 개념을 정립하였다. 칸딘스키는 1926년 발표한그의 저서 <점, 선, 면 Punkt und Linie zu Flӓche)에서 기하학의 이론을 정립하고, 기하학이 상징적인 의미를 해석하였다. 칸딘스키는 그가 관찰한 대상의 구체적 이미지를 묘사하는 방식을 벗어나 불필요한 요소를 의도적으로 모두 지우고 단순화하여 완전한 추상미술을 표현하였다. 이러한 그의 작업과정에서 탄생한 점, 선, 면의 개념은 명확해진다. 점은 1차원을 구성하는 기본 구성 요소이자 모든 이미지를 완성시키는 시작점이다. 그리고 점은 또 다른 점들과 만나고 이어지면서 2차원적 선을 생산한다. 현대 과학 사회에서 분자와 원자와 같은 초미세한 형상을 시각적으로 확인과 검증이 가능하고, 이미지화가 가능한 시대에서 점, 선, 면과 같은 구태의연한 개념을 언급하는 것은 과거로 퇴보한 것으로 생각 할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러한 원론적인 기초개념에서 이번 작업을 접근하고, 유리라는 특별한 물질을 사용해 실험을 전개하였다. 이번 작업을 위해서 그는 기꺼이 그의 작품 창작을 위해 노동력을 많은 시간 투자해야만 했다. 섭씨 128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유리 용해로에서 투명한 유리실을 얻기 위해 하루 종일 실습실 복도를 수없이 왕복하며, 무수한 수평적 유리 선들을 생산했었다. 약 1mm 정도 두께의 유리 실은 마치 섬유와 같이 유연하게 움직이고, 작은 부주의한 움직임에도 깨지기 쉬운 상태인 유리실을 얻어내기 위함이었다. 수평적 선들은 이렇게 생산되고 채집된 유리실들은 그가 언급하는 조형의 기본요소인 2차원적 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통적 회화적 재료로 사용되는 연필, 펜, 물감과 같은 물질을 사용해 작가의 물리적 노동력과 결합하여 하나의 선이 그려지고, 이것들이 모여 면을 구성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임현준 작가는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유리실을 직접 생산하고, 이것들은 수직적 또는 수평적으로 배열하여 하나의 면을 구성한 후 가마의 열기로 녹아 수제 판유리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창작과 노동의 과정은 그가 언급 하는 조형의 기본요소들을 몸소 체험하면서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창의적 놀이이자 실험을 통해 특별한 오브제를 창작하였다. 유리제작의 전통적 기술로 알려진 블로잉(Blowing)은 작가의 상상력을 현실화 시키는데 기술적 제한이 따른다. 특히 크기의 제약과 장비의 제약으로 매우 제한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임현준 작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고의 전환을 하여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려 했다. 그는 매우 지능적으로 재료의 물리적 과학적 성질과 다양한 스튜디오 도구들을 통해 탁월한 작업을 얻어내었다. 그가 창작한 유리 오브제들은 마치 ‘숨’ 또는 ‘시간’을 일시정지 버튼을 작동한 듯하다. 정형적이고, 단순하며, 딱딱했던 판유리는 작가의의 지능적인 실험과정을 통해 본래의 모습을 잃고, 유기적이고 살아있는 생명체로 재탄생 되어 시각적인 이끌림을 주도한다.
남서울대학교 유리조형대학원 편종필 교수
준.GK 는 남서울대학교 환경조형학과(학사) 동대학원 유리조형(석사)과정을 수료하고 혜윰전(Lee & Park gallery, 파주), 14th 국제유리조형전(천안), 아시아프전(서울) 등 단체전과, 속살로 보여주는 상처(서울), 불편한 진실(서울) 개인전 등 현재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