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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ndering through
이소진
Artist
2026. 04. 15 ~ 2026. 05. 02
만들기가 완성이라는 목적을 향한다면, 엮기는 재료와 손이 움직이는 과정 그 자체에 주목한다.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말할 때 ‘만든다’는 표현보다 ‘엮는다’는 표현을 지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엮는 과정은 효율의 극단으로 치닫는 세상의 척도와 반대편에 서 있다. 점점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체감하며 작가는 오히려 정성껏 시간을 쌓아 올리는 ‘엮기’와 같은 인간다움에 주목한다.
어쩌면 우리는 효율과 자본이 그어놓은 직선의 어디쯤에서 끝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분명할수록 그 사이의 이동은 불필요한 공백처럼 취급된다. ‘어디에 도착했는가’만이 유용한 질문이 되고, ‘어떻게 지나왔는가’라는 궤적은 점점 무용한 것이 되어간다. 그러나 작가는 여전히 바구니를 엮듯 계속해서 앞과 뒤, 안과 밖을 오가는 선을 그린다. 실을 잡는 왼손과 당기는 오른손의 힘으로 그리는 선은 끊임없이 얽히고 엮인다.
이번 전시는 효율의 논리 속에서 지워져 가는 ‘과정’이라는 감각의 회복에 주목한다. 직선을 거부하는 손의 리듬과 실의 움직임은 명확한 목적지나 완결을 향하지 않는 대신 천천히 굽이지는 궤적을 남긴다. 그 자취는 우리가 여전히 불완전하기에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과정 속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렇게 앞으로 엮으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선은 효율의 언어로는 환산할 수 없는 인간만이 축적할 수 있는 데이터이며 엮는다는 것은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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