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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RENT EXHIBITION

비체도감


강다은
Artist



2025. 08. 22 ~ 2025. 09. 06

《비체도감》

Phidia Kang은 유년 시절 미국 시골과 교외에서 성장하며, 반복된 이주와 문화적 차이 속에서 신체 감각이 단절되고 분산되는 경험을 했다. 그의 조각은 이러한 파편화된 경험을 다시 잇고,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복원하려는 시도다. 흙, 나무, 금속, 종이죽 등 전통적인 조각 재료를 다루며 손끝의 압력과 구조적 변화를 표면에 남기고, 몸을 더듬듯 형태를 찾아간다.

작업은 서양 인체 조형 전통을 참조하면서도 그 규범을 전복한다. 단일한 비례와 기법을 좇기보다 바람·물결·뿌리처럼 다방향적 힘을 재료에 각인한다. 손으로 압축된 종이죽, 몸을 덮고 감싼 점토의 흔적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신체가 살아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몸을 직접 드러내기보다 경험을 전가하고 투영하여 ‘근접한 몸(proximal body)’을 형성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무감각해지는 신체 감각을 환기시키고, 다른 몸을 매개로 긴장감과 생명력을 되살리기 위함이다.

이번 전시 〈비체도감〉은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공포의 권력(Powers of Horror, 1980)』에서 제시한 개념을 참조한다. 크리스테바는 비체를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위협하고, 배제되면서도 동시에 매혹을 불러일으키는 것” 으로 설명했다. 즉, 비체는 감각할 수는 있으나 명확히 이름 붙이기 어려운 상태이며, 사회적·언어적 질서에서 밀려나지만 여전히 우리 몸과 존재의 일부로 남아 긴장을 일으킨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비체적 신체를 촉각의 장으로 불러내어, 아직 규정되지 않은 힘과 생명력을 탐구한다.

특히 전시의 주를 이루는 입상과 좌상은 내부 골격과 표면이 긴장감 있게 결합된 구조물이다. 이들이 축적하는 힘은 동세(動勢)를 형성하지만, 동시에 그 기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분명히 짚기 어렵다. 일부는 드 쿠닝의 Clamdigger를 연상시키지만, 그 중심은 여성 조각가들의 전위적 미술사의 계보에 놓인다.

루이스 부르주아는 라텍스와 섬유로 번데기 같은 신체 조각을 만들며 몸과 무의식을 드러냈고, 이불은 섬유를 활용해 괴기적이면서도 이상화된 신체를 해체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신체를 매개로 관객과 공명하며, 서로의 몸이 무의식적·의식적으로 울림을 주는 행위를 증언했다. 돌로로사 시나가는 청동으로 여성의 몸을 형상화하며 ‘온전함’을 다시 맥락화했다.

작가는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전통적인 조각 재료를 통해 그 유산을 이어받고 포용한다. 그녀의 작업은 이 계보를 단절이 아닌 연속으로 연결하며, 반복되는 시도와 축적 속에서 꽃피우는 생명력과 노력을 전방위적 힘을 담아낸다. 나아가 이를 여성주의적 미래(Womanist Futurity)의 조각 문법으로 확장하고 발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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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7길 20     02 . 747 . 7854

Bukchon-ro 7-gil 20, Jongno-gu, Seoul

Open 11:00 - Closed 19:00 / 일요일, 월요일 휴관  / chairs97@naver.com

전문예술법인 하균학술문화재단(208-82-03626)

크래프트온더힐 갤러리 ㅣ 대표 한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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