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할렬의 순간


손태선
Furniture Designer




2023. 11.28 ~ 2023. 12. 13

자연의 생명력을 물성에 담아 가구화하는 작업은 마치 추상화를 그리는 것과 같다. 자연물에서 받은 형태적 영감을 포착하여 자연의 형태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구는 온전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매개체 가구는 동식물로 전이되거나, 인체로 은유 되어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를 탐구토록 하였다.

불완전한 목재의 물성은 결함의 미학을 깨우치도록 하여 순환의 삶을 투영시켰고, 불로 태워 *할렬로 가득한 나무의 표면은 삶과 죽음이 하나의 경계에 있다는 생각을 낳았다. 이런 결과를 수용하고 이번 전시를 통해 가구는 기능에 의지하는 물질이지만, 물질 그 자체가 기능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행동으로 옮겼다. 창의적인 조형과 미감을 두르고 있어야지만 물질에 추앙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또한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이 가구라는 현실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투적인 가구의 전형이 아닌, 세련된 미감이 흐르는 가구를 통해 작업의 본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의 <Chlorosis>는 생명력이 넘치는 해양식물에서 생동이 사라진 현시점의 하얀 뼈만 남아 지키고 있는 이 현상이 이번 작업에서 가장 큰 모티브가 되어 형태를 이루게 하였다. 자르고, 켜고, 붙이고, 조각하고, 태우는 일련의 시간은 물성이 하나의 추상을 이루게 하였고 희고, 검고, 갈라진 텍스처는 가구에 새로운 행위로 물질의 상징성을 낳았다. 이외에도 외부적 요인에 의한 나무의 할렬은 물성의 연륜을 가로질러 발생시켰고. 연륜을 가로지르는 것은 시간을 역행하는 행위로 인식되어 작업에 녹아내렸다. 나무에 불을 입혀 물성의 수분을 없애고 외형적으로 노쇠해 보이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더 단단한 기능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다.

개인전 <할렬의 순간>은 나무의 속성을 현재화하는 이력을 통해 현시적 사물인 가구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결국 이 변화는 나 스스로의 거시적 안목을 가지려는 분투의 결과임을 알리고자 한다.

 

*할렬- 할렬은 도끼로 찍거나 쐐기를 박거나 하는 외부적 원인에 의해 목재가 갈라지거나 쪼개지는 일 또는 나무가 건조되면서 자연적으로 갈라지거나 쪼개지는 것을 나타낸다.

KakaoTalk_20231205_164301313.jpg
KakaoTalk_20231205_164301313_02.jpg
KakaoTalk_20231205_164301313_08.jpg
KakaoTalk_20231205_164301313_10.jpg
KakaoTalk_20231205_164301313_09.jpg
KakaoTalk_20231205_164301313_11.jpg
KakaoTalk_20231205_164301313_06.jpg
KakaoTalk_20231205_164301313_04.jpg
KakaoTalk_20231205_164301313_12.jpg
KakaoTalk_20231205_164301313_03.jpg
bottom of page